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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저렉션] 시리즈 기존 팬도 손절할 부활

지난 12월 20일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본 <매트릭스: 리저렉션>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반반이었습니다. 너무 예전에 봐서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매트릭스 시리즈 1,2,3을 내내 돌려 보면서 이번 시리즈가 공식적인 4편인지, 아예 다른 이야기인지, 1편에서 2,3을 건너뛰고 이어지는 건지 상상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렇게 즐겁고도 무거운 주말을 보내고 바로 용산 IMAX에 앉아 이 영화를 본 소감을 짧게 정리하겠습니다. (feat. 짧게 한다고 해놓고 나도 길어진..)

MZ 세대를 끌어안기에는 부족한 부활

일단 제목처럼 ‘부활’시킨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TMI였습니다. 영화 내용이 지금 세대를 위한 매트릭스가 아니었어요. 이럴 거면 아예, 세기말과 2000년 초반에 젊은 세대였던 지금의 3040 세대를 위한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였죠. 키아누 리브스(네오), 캐리 앤 모스(트리니티), 제이다 핀켓 스미스(니오베), 랑베르 윌슨(메로빈지언) 정도를 기존 시리즈에서 나이 먹은 설정으로 했더라고요.

먼저 네오의 능력을 일찍이 알아본 모피어스는 ‘로렌스 피시번’이 아닌 요즘 떠오르고 있는 신예 배우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맡았습니다. 로렌스 피시번은 계약이 잘 안된 건지, 감독이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던 건지 성사되지 않았어요.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연기한 모피어스는 자기 발견이라는 독특한 여정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매트릭스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캐릭터 외모가 실제가 아닐 수 있다는 설정을 염두 해야 합니다.

네오도 자신이 보는 (나이 든 네오) 모습이 아닌 남들이 봤을 때는 그냥 대머리의 중년 아저씨니까요. 그렇게 모피어스 캐릭터도 이해하면 훨씬 편합니다. 확실히 할리우드에서 세대교체 시리즈에 잘 먹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캔디맨>의 시퀄에서도 거울과 연관된 예술가를 연기했는데, 이번의 모피어스 역할도 거울과 연결됩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기존 매트릭스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방법이 ‘전화받기’였는데요. 4편에서는 ‘거울’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울의 나라 앨리스>도 이스터에그로 등장합니다.

본격으로 설명해 보자면요. 달라진 배우가 더 많아요. 무한대로 증식하는 악당 스미스는 ‘휴고 위빙’이 맡지 않았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기존 스미스도 좋았지만 이 배우의 피지컬이 매우 인상적었다고나 할까요? ‘조나단 그로프’란 배우인데 유독 눈에 들어 차기작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이 배우는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크리스토프 목소리를 연기했으며, 노래도 잘하고 둔탁하지만 액션도 괜찮게 봤습니다.

그 밖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 벅스 역에 ‘제시카 헨윅’이, 애널리스트 역에 ‘닐 패트릭 해리스’, 사티 역에 ‘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가 연기했습니다. 사티는 너무 귀여웠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도 불리는 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가 맡았다니 찰떡이었고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샤티가 자랐다면 이런 모습이겠다고 이입하게 만들어 줍니다.

​네오를 다시 매트릭스 세상으로 안내하는 토끼, 그러니까 이름부터 벅스 바니인 제시카 헨윅은 넷플릭스 영화 <러브 앤 몬스터즈>에서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이번에 파란 숏컷이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닐 패트릭 해리스는 [아메리칸 호러 시리즈] 프릭스 편에서 반가웠는데 이번에 맡은 데자뷔(고양이)주인이자 애널리스트 역을 맡아 좋았습니다.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 TMI

매트릭스4는 기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새로운 MZ 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부활을 꿈꾸었지만, 잘 먹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너무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스터에그가 너무 많습니다. 다 찾지도 못하겠고 이해하기도 어려웠죠. 매트릭스 덕후여야 알 수 있는 세상, N차가 시급한 시리즈였습니다.

일단 함께 작업했던 동생 릴리가 빠진티가 제대로 납니다. 이제 릴리는 영화는 하지 않고 드라마에 집중할 것을 공표했죠. 라나 혼자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겸했는데 시리즈를 부활한 이유가 얼마 전 돌아가신 부모님 때문이었습니다. 상심에 빠졌을 때 생각했던 부모님의 부활을 네오와 트리니티에게 이입한 것이죠. 어쨌거나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매트릭스 4번째 시리즈는 세상에 나왔습니다.

초반에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은 네오가 한 게임 회사의 직원이라는 설정입니다. 결국 아키텍트(매트릭스 설계자)를 만나 트리니티를 살릴 것이냐, 시온(저항군 세계)을 구할 것이나 갈림길에 섰던 네오는 무료하게 사무실 모니터를 보며 버그를 체크하고 있었죠. 그렇습니다. 네오는 영화가 나온 시점과 비슷하게 시리즈 3편의 성공으로 많은 상을 탄 유명 게임 디자이너였습니다.

게임에는 자신을 압박하는 젊은 사장을 스미스로, 레스토랑에서 몰래 흠모하는 애 둘 맘 유부녀 티파니를 트리니티로 설정하는 등. 마치 소설가가 작품 속에 지인을 갈아 넣어 캐릭터를 완성하듯 게임 속에서 일정 부분을 따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그 세계관을 믿고 늙은 네오와 트리니티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따로 노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더군요.

**여기서부터는 약스포

아마 벅스 일행이 다른 얼굴의 모피어스를 찾아 네오까지 각성하게 하는 부분까지는 봐줄만 했어요. “오..그랬었구나.. 조금 충격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설정이야”라고 이해했죠. 사실 중년 네오는 애널리스트가 만든 또 다른 매트릭스에 갇힌 토마스 앤더슨(네오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겁니다. 토끼가 <거울의 나라 앨리스>를 거울 이면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듯, 벅스가 네오를 이끌고 트리니티까지 각성케 만든다는 설정이라고 보면 좋아요.

하지만 본 기자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매트릭스의 기존 컨셉은 이분법에 대한 회의, 그리고 사랑이죠. 하지만 세상은 이거 아니면 저거로 돌아가지 않죠. 훨씬 더 복잡합니다. 그렇지만 매트릭스에서는 빨간약(불편한 진실), 파란약(편한 가짜) 사이에서 결정해야만 합니다. 기계의 연료가 되어 키워지고, 환상으로 진실을 가린 채 목적없이 살게 만든 세상. 이 불편하고 불쾌한 알을 깨고 나와 날아오르고자 한 네오는 인류의 구세주가 되었습니다.

매트릭스 세계관이 난해한 것은 철학과 인문학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모호한 뫼비우스의 띄지 같은 연결과 세계관, 선택의 순간으로 바뀔 수 있는 미래 등 현재 멀티버스(다중우주)와 메타버스(가상공간) 등이 뒤섞여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두 감독은 주요 배우와 스탭에게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을 읽으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5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13번의 수정을 통해 매트릭스 세계관을 완성했으니 말 다 했죠? 그밖에 추천 도서는 《통제불능》, 《진화심리학》 등 이 필독 목록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시나리오를 보고 많은 배우가 거절했습니다. 윌 스미스가 감독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없어 네오 역을 거절했고, 러셀 크로우, 게리 올드만도 모피어스 역을 제안받았지만 어려워서 포기했다고 합니다.

끝으로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본 소감을 정리하자면? 기존 시리즈의 부록 같은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안 봐도 되고 본다면 팬 서비스 차원으로 가볍게 생각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3부작을 보지 않고서는 더 이해하기 힘들겠네요. 물론 영화 중간중간에 시리즈의 주요 장면을 편집한 연출을 선보이지만 친절하지 않았어요. 그런 의도인지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를 향한 조크가 간혹 있는데 크게 재미있지도 않아요. 마지막 쿠키 영상도 1개 있는데 영화화는 크게 관련 없는 웃자고 하는 실없는 농담 정도입니다.

그래도 진실을 원하시나요? 그냥 3부작의 여운을 남겨 두실건가요? 빨간약과 파란약 중에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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