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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스튜디오가 아카데미 수상 감독을 데려오면 생기는 변화

마블 페이즈 4의 시작이자 세대교체라 말하는 <이터널스>는 여러모로 신기한 영화다. 기존 마블 스타일을 완전히 빼버려 팬들의 원성과 새 콘셉트를 반기는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이야기와 캐릭터를 연결하면서 새로운 10인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징검다리다.

잘 알지도 모르는 10인을 갑자기 소개하기 때문에 영화는 초반부터 정보가 너무 많다. 7000년 전 지구에 온 초월적 존재 이터널스는 우주적 존재인 셀레스티얼 아리셈의 계획에 파견된 외계인이다. 10인의 히어로는 인류를 데비안츠의 위협에서 보호하며 인구를 늘리고 문화를 발전하게 하는 임무를 갖게 된다. 그들에게 지식을 전파하고 멸종을 막으며 문명 발전에 기여했다.

다만 인류 문제의 관여는 데비안츠에 관한 것에만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터널스는 인간을 보호하려는 신 같았고, 인간을 사랑한 외계인 같았다. 그들의 도움 아래 지구는 오랜 폭력의 전쟁 끝에 평화를 누리고 있었고, 이터널스는 인간의 모습을 세계 각각으로 흩어져 서로의 소식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말살한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다시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자. 세르시와 스프라이트, 이카리스는 다른 멤버를 집결해 다시 뭉칠 것을 권유한다. 7000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이터널스는 각자의 연인을 만들어 사랑하고 헤어졌다. 때로는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흩어져 살던 멤버 소집의 반가움도 잠시 리더 에이젝의 죽음을 맞으며 또 한 번의 위기를 맞는다. 또한 이면에 도사리고 있던 진짜 의도를 알게 되며 이터널스는 분열된다. 꼭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서사 같지 않은가. 마블로 옮겨온 그리스 로마신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신화에 진심인 마블

마블은 <토르> 시리즈에서 북유럽 신화를 끌어온 바 있다. <이터널스>에서는 아카데미 수상 감독인 ‘클로이 자오’를 통해 서정적이고 시적인 마블 판 그리스 로마신화를 재현하려 했다. 때문에 평소 그리스 로마신화 콘셉트를 좋아한다면 <이터널스> 또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캐릭터의 이름과 정체성이 유사하고 인간과 같은 외모,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다분히 감정적인 심성까지 닮았다. 매우 종교적이고 철학적이다. 명확한 선과 악이 나뉘어 있고, 눈 돌아가는 액션과 히어로의 무기를 시험하는 킬링타임 용이 아니란 소리다.

이런 방향성 전환은 향후 마블 시리즈의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히어로 영화조차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처럼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마블 팬들은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때려 무수는 볼거리와 영화 보는 시간만큼은 자신을 잊고 집중할 수 있는 영화를 원한다.

하지만 신선놀음과 러브라인이 한창인 영화 속에서 정작 그들이 싸우는 이유에서 인간은 소외되어 있다. 지켜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찾아와 지구를 구했다가, 파괴하겠다고 하는 신, 혹은 외계 종족, 또는 기계가 겪어나가는 과정에서 정작 인간의 입장은 결여되어 있다. 인간은 킨고를 24시간 촬영하는 매니저와 세르시의 남자친구뿐이다. 그 과정에서 이터널스는 수천 년을 사귀어도 헤어질 수 있다는 사랑과 이별의 지난한 실험실 같다.

그리스 로마신화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에피소드에 있다. 그들이 그들 혹은 인간과 엮이며 만들어 낸 수많은 이야기는 후대까지도 재해석되며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터널스> 10명의 캐릭터는 누구 하나 두꺼운 입체감이 없어 공감 되지 않는다. 관련 피규어나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다. 마블 최초로 동성애자, 농인, 아시아인 히어로 등이 등장하지만 구색 갖추기에 불과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마블식의 방대한 그리스 로마신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겉핥기식에는 다소 무리수가 있었다. 서사 또한 엉성하고 얕다. <노매드 랜드>의 감독이 다루기에 벅차 보인다. <노매드 랜드>에서 보여준 집 없이 차로 이동하는 하우스리스의 정체성과 광활한 서부의 대자연이 <이터널스>에도 반영되어 있다. 영상미는 뛰어난데 캐릭터가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무겁다. 미국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그리고 특수한 히어로물을 아카데미상을 받은 감독이 만들면 안 된다는 결과치다. 연출이 마음에 안 든다기 보다 장르의 이해가 부족했다. 너무 많은 음식이 있는 뷔페처럼 배는 부르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맛있는 음식은 없었던 헛배만 불러온다.

앞으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

본 기자는 “마블의 팬도 덕후도 아니고 <노매드 랜드>를 좋게 보았기에 복잡한 생각이 드는 쪽”이다. 기존 마블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되어있고 독립적인 영화로도 괜찮지만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다. 복장과 무기도 촌스러웠고 어울리지 않았다. 10년 페이즈를 끝낸 페이즈 4의 시작. 마블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무엇보다 최초로 마블 영화에 출연하게 된 마동석의 활약은 아쉬움을 넘어 기존 이미지 소비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았던 점도 물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큰 인지도가 없었던 배우가 대거 출연해 좋았다. 가장 신났던 것은 파키스탄 계 미국인 ‘쿠마일 난지아니’다. 영화 <빅 식>과 [실리콘 밸리]로 알려졌다. <빅 식>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으며 직접 각본과 연기를 병행했다. 두 번째는 ‘배리 케오간’이다. 이 배우의 매력은 ‘알 수 없음’에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과 표정을 읽을 수 없어 두려움이 앞서는 존재감의 배우다. 이 배우가 나오면 일단 어떤 역할이든 몸이 경직된다. <덩케르크>에서 지금까지의 필모와 다른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도 다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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