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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팔콘과 윈터 솔져]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를 위한 드라마

Falcon/Sam Wilson (Anthony Mackie) in Marvel Studios’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exclusively on Disney+. Photo by Chuck Zlotnick. ©Marvel Studios 2020. All Rights Reserved.

마블에게는 마블 페이스4의 시작을 앞두고 정리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캐릭터입니다. 인기 캐릭터라면 환갑이 넘은 배우도 데려오고 사골이 날 때까지 시리즈로 우려먹다가 리부트까지 내는 곳이 할리우드 아니겠습니까. 이런 시장의 특성상 이 두 인기 캐릭터는 어떤 형식으로도 다시 MCU 내로 돌아올 것이란 걸 모두 예측했을 겁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을 다시 등장시키느냐 하는 것이지.

<팔콘과 윈터 솔져>는 두 주인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영화로 총 3편이 제작된 <캡틴 아메리카>의 또 다른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빌 워> 당시 히어로가 양분되었을 때 아이언맨의 대척점에 선 캡틴 아메리카의 무리를 흙수저 계급이라 말하는 유머가 밈으로 분 적이 있었는데요, 갑부 아이언맨에 비브라늄 왕족 블랙 팬서가 금수저 계급이란 점에서 생긴 유머지만 웃픈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 버키는 모두 군 내부에서 문제를 겪었고 그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퇴역한 군인들의 사회 부적응 문제를 앓고 있는 나라죠. 최전선에서 적과 교전한 이들은 PTSD에 시달리면서도 전역 후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영화로는 실베스터 스텔론 주연의 <람보>를 들 수 있습니다. 여느 디즈니 작품처럼 PC의 요소를 담은 이 작품은 ‘어벤져스’ 내에서 가장 흙수저 계급인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택한 드라마입니다.

샘(팔콘)과 버키(윈터 솔져)는 과연 이들이 지구를 구한 ‘어벤져스’가 맞나 싶을 만큼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샘의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조카들은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생긴 경제적인 위기로 가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릅니다. 샘은 자신이 ‘어벤져스’였기에 무난히 대출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구 절반이 다시 돌아온 상황에서 샘의 가족은 대출심사를 거절당합니다. 버키는 ‘어벤져스’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사면의 대상이 됩니다. 허나 꾸준히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립니다. 실상 집행유예에 가까운 형태인 거죠. 이 부분만 보아도 이들이 왜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 붙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L-R): Falcon/Sam Wilson (Anthony Mackie) and Winter Soldier/Bucky Barnes (Sebastian Stan) in Marvel Studios’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exclusively on Disney+. Photo by Chuck Zlotnick. ©Marvel Studios 2020. All Rights Reserved.

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공통의 적인 새로운 슈퍼솔져 집단 플래그 스매셔란 빌런이 아닌 다른 쪽에서 발생합니다. 바로 2대 캡틴 아메리카로 등장하는 존 워커 때문이죠. 샘은 캡틴 아메리카의 정신을 기리고자 그가 자신에게 준 방패를 기증합니다. 허나 국가는 이 방패를 군인 존 워커에게 주며 그를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임명하죠.

국가는 애국심 고취를 위해 영웅을 원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이름 그대로 미국의 심장과도 같습니다. 그런 존재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 정부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새로운 이에게 수여합니다. 이 문제는 샘과 버키 사이의 갈등으로 작용하죠. 누가 봐도 존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의 뒤를 이을 깜냥이 되지 않습니다. 단순 신체적인 능력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정신적인 영역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이 장면 기억들 하시나요? 아이언맨-토르-캡틴 아메리카와 타노스의 대결 장면. 이 장면에서는 인상적인 지점이 등장합니다. 바로 캡틴 아메리카가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들고 타노스를 상대한다는 점입니다. 묠니르는 망치의 주인인 토르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사정이 있었을 만큼 적합한 인물이 되어야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무기죠. 그 조건은 인간성과 용기가 부족하지 말아야 하며 악한 마음과 정신이 한 톨도 남아있어서는 안 됩니다. 참 까다롭죠?

신인 토르와 순수하고 고귀한 정신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비전, 토르를 위해 새롭게 스톰 브레이커를 만들어낸 그루트가 이 망치를 들어올린 인물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인간이란 점에서 이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그만큼 고귀하고 근엄한 정신을 지닌 인물이 캡틴 아메리카이고 이 정신은 미국이 추구하는 이상향에 가깝습니다. 2대 캡틴 아메리카인 존 워커는 범인(凡人)은 캡틴 아메리카의 영역에 다다를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L-R): Winter Soldier/Bucky Barnes (Sebastian Stan) and Falcon/Sam Wilson (Anthony Mackie) in Marvel Studios’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exclusively on Disney+.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그 역시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처럼 군인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허나 고귀한 마음을 품기에는 인간이기에 지니는 유혹과 고통을 이겨내기 힘든 모습을 보여줍니다. 존 워커는 플래그 스매셔에게 당한 후 그들과 동등한 파워를 얻기 위해 스스로 슈퍼 솔져가 됩니다. 여기에 동료가 플래그 스매셔에게 죽임을 당하자 그들 중 한 명을 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시빌 워>의 오마쥬를 통해 스티브 로저스와 존 워커의 차이를 극명하게 표현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아이언맨과의 대결 당시 그를 방패로 찍지만 목숨을 해하려는 의도를 지니지 않습니다. 반면 존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과 방패를 들고 사람을 해칩니다. 심지어 캡틴 아메리카가 자신의 우상이라 말한 바 있는 플래그 스매셔를 말이죠. 캡틴 아메리카가 추구한 정신이 무너진 이 장면은 건국이념과 다른 미국의 현재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양도할 수 없는 행복추구권, 자유권, 생명권을 갖고 태어났음을 명시합니다. 동시에 정부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국민에 의해 교체되거나 폐지될 수 있음이 적혀있죠.

허나 미국의 역사는 이 독립선언문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흑인 인권문제에 있어서 말이죠. 샘은 버키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과거 슈퍼 솔져 실험을 당한 이중에 흑인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흑인 슈퍼솔져 아이제아는 국가에 의해 그 존재가 지워진 인물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눈에 띄는 활약을 했음에도 흑인이란 이유로 수감이 되어야 했고 이후 죽은 듯이 살아야 했습니다.

그는 당시의 고통 때문에 버키를 비롯해 사람들과 만나는 걸 꺼려하며 샘이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걸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흑인이 노예 취급을 받던 미국 남북전쟁 당시 흑인에게는 인권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노예이기에 물건으로 인식된 것이지요. 남북전쟁 이후에도 흑인은 여전히 ‘따로’ 취급되는 존재였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 등장한 멀리 떨어져 있는 흑인 전용 화장실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말 뜻을 쉽게 이해할 겁니다.

(L-R): Winter Soldier/Bucky Barnes (Sebastian Stan) and Falcon/Sam Wilson (Anthony Mackie) in Marvel Studios’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exclusively on Disney+.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차별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온 아이제아의 말은 강한 호소력을 지닙니다. 허나 샘의 입장에서는 흑인 슈퍼 솔져의 존재는 흑인도 캡틴 아메리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이제아의 존재는 샘에게 용기와 함께 이 부당함을 끝낼 수 있는 건 같은 사회적 약자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죠.

이런 인식은 버키에게도 작용합니다. 버키는 과거의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제아를 보며 자신 역시 마찬가지(‘윈터 솔져’로 살인을 반복했던 그때)임을 알게 됩니다. 샘과 버키의 이 버디무비 형식의 액션 드라마는 두 사람의 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트라우마와 고통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는 성향을 두 캐릭터가 함께 보여줍니다.

<팔콘과 윈터 솔져>는 새로운 슈퍼 솔져들의 등장과 2대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3대 캡틴 아메리카, 팔콘의 등장을 주목하게 만드는 구성을 지닌 작품입니다. 서브 캐릭터를 메인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서사가 필요합니다. 팔콘의 캐릭터에게 캡틴 아메리카의 고고한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그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캐릭터의 대비를 위한 2대 캡틴 아메리카를 등장시켰고 비슷한 기억을 지닌 버키를 파트너로 설정했습니다. 빌런 치고는 임팩트가 약한 플래그 스매셔를 보완하기 위해 <어벤져스> 시리즈의 샤론 카터와 헬무트 제모를 등장시키며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묘수도 부리죠.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조연이자 캡틴 아메리카의 오른팔 정도로만 여겨졌던 팔콘은 당당하게 3대 캡틴 아메리카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Falcon/Sam Wilson (Anthony Mackie) in Marvel Studios’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exclusively on Disney+.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 중 하나는 2대 캡틴 아메리카는 백인, 3대 캡틴 아메리카는 흑인이라는 점에서 결국 디즈니의 또 다른 PC주의의 연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장면은 아이제아의 스토리를 제외하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존 워커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그의 아내는 흑인입니다. 샘과 버키와의 갈등은 순전 존 워커의 열등감에서 비롯됩니다.

플래그 스매셔 역시 인종차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보다 작품이 초점을 맞추는 건 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한 시선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절반이 돌아오면서 세계는 혼란에 빠집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들이 난민입니다. 난민의 문제는 인종, 성별, 종교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인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유럽인이 난민의 입장이란 걸 생각해 보면 말이죠. 작품은 더 포괄적인 주제의식을 담아내며 기존 디즈니의 PC주의와는 다른 결을 선보입니다.

그렇다면 <팔콘과 윈터 솔져>가 볼 만한 작품이냐. 오락적인 측면에서는 100% 만족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앞서 언급한 거처럼 핵심 빌런인 플래그 스매셔가 매력이 부족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지도 못합니다. 다수의 빌런을 설정했으나 그들 중 누구도 빌런의 임무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액션장면 역시 영화에 비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며 팔콘의 공중전을 제외하고는 흥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미 MCU를 통해 높아진 액션의 수준을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3대 캡틴 아메리카의 등장이란 점에서 추후 마블 페이즈4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팔콘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니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라면(그리고 MCU를 사랑하는 마니아라면) 꼭 챙겨보는 걸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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