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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기대작 ‘그리드’는 어쩌다 자취를 감추었나

<그리드> 스틸컷 /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의 <킹덤>, 웨이브의 <노멀 피플>, 티빙의 <술꾼도시 여자들> 등 OTT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데에는 히트 콘텐츠의 힘이 필요하다. OTT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가 <어느 날>로, 애플TV+가 <파친코>로 시장에서 그 이름을 각인시킨 거처럼 OTT 전쟁에서 히트콘텐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히트 콘텐츠에 있어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 여겼던 디즈니플러스는 화제를 모았던 국내 론칭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다.

이에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가 <킹덤>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많은 구독자를 끌어 모은 거처럼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정식 론칭 전부터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나섰고 그 첫 번째 기대작이 <그리드>였다. 이 작품은 <비밀의 숲> 시리즈와 <라이프>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수연 작가에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등 스타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그리드>는 첫 방송부터 자본력의 위력을 보여줬다. 작중 ‘그리드’의 뜻은 태양풍의 폭발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전지구적 방어막을 의미한다. 태양풍이 시작되는 장면을 우주에서 보여주는 장면과 이를 막아내는 그리드가 가동되는 장면은 할리우드 SF영화를 보는 듯한 묘미를 선보인다.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서 자본력의 한계로 제작되지 못했던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편의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인류 전체가 얽힌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을 다룬다. 미시적인 서사가 거시적인 단계로 점점 확장되어 가는 구성을 보여준다. 그리드 한국 전담기관 관리국 직원 김새하는 24년 전 ‘그리드’를 만들고 사라진 유령의 존재를 추적하고, 이 과정에서 유령이 편의점 살인사건의 범인인 연쇄살인마 김마녹을 보호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드> 스틸컷 / 디즈니플러스

유령의 존재는 범죄수사극과 SF라는 두 장르를 결합하는 접착제다. 인류를 구원한 그리드를 만들었지만 이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른 유령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 살인범을 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오는 윤리적인 딜레마가 미스터리의 흥미를 더한다. 새하를 비롯한 그리드 팀은 SF의 측면에서 유령을 추적하고, 형사 새벽은 범죄수사극의 측면에서 추적을 한다. 영리한 캐릭터 설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작품이 공개 전부터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은 건 당연한 일이다. 작가와 배역진의 이름값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SF 장르에 도전했다. 덧붙여 국내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장르물의 매력 역시 담고 있다. 생소한 SF의 측면이 강조되기 보다는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의 요소가 더 강해보였기에 <그리드>는 디즈니플러스가 반등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였다.

디즈니플러스는 한 주에 한 편씩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쩌면 이 방식이 <그리드>가 화제성을 모으지 못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수연 작가가 넷플릭스와 같은 시리즈 전편 공개를 예측하고 극을 집필했다면 이 작품의 전개가 수긍이 간다. 핵심적인 재미가 되는 새하가 유령을 추적하는 본격적인 이유는 극이 중반에 달했을 무렵부터 등장한다. 여기에 매 회차마다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이 부실하다.

유령의 행위 또는 그리드 팀이나 새벽이 겪는 위기를 통해 기대감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 넷플릭스처럼 전 시리즈가 한 번에 공개가 되었다면 이런 부족한 떡밥에도 불구 시리즈의 관람이 이어졌을 것이다. 헌데 이런 동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 주를 기다려야 할 확연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동시에 이런 공개방식에도 성공한 작품들이 있다는 점에서 작품 자체의 퀄리티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시리즈를 한 주에 한 편씩 공개 중이다. 애플TV+의 <파친코> 역시 한 주에 한 편씩 작품이 공개되고 있음에도 계속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시리즈에 따라 주 1회 공개작이 있다. <그리드>의 서사는 복잡하고 불친절하다. 극 후반부 새하가 유령처럼 시공간을 이동하는 지점에서는 빈약했던 개연성에 대한 완벽한 해설 대신 또 다른 서사만 덧칠한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시나리오의 흥미를 살리지 못하는 지점이 다분하다. 세련된 연출을 통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형성해낼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OTT 시리즈의 유행에는 일종의 ‘밈’ 역시 작용한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해당 작품의 장면이 짤로 돌아다니면서 관심이 모인다. OTT 플랫폼 내에서만 국한된 인기로는 유입층을 만들어낼 수 없기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드>의 부진은 이후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추후 <무빙>, <카지노> 등 대형 작품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내 배우들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을 선택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 <사운드트랙#1>과 달리 <그리드>는 디즈니플러스의 추후 한국시장 개척을 위해 성공이 꼭 필요했던 작품이고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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