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모 기자] 리메이크판 ‘룸레이더’를 감독한 로아 우타우 감독은 ‘이스케이프’ ‘더 웨이브’를 통해 고국 노르웨이에서 주목받아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다시 노르웨이 영화계로 돌아온 그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영화 ‘트롤의 습격’은 유럽판 ‘고질라’로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트롤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소녀 노라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하며 동화 속 트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20년 후 고생물학 교수가 된 그녀는 동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 등장하자 당황한다. 개발을 위해 산 일부를 폭파시키는 과정에서 트롤이 깨어난 것이다.
트롤은 자연의 존재라는 점에서 장르적인 측면에서 재난에 가깝다.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트롤은 인간이 발명한 그 어떤 파괴의 기술로도 이길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런 트롤의 존재에서 연상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캐릭터 <고질라>다.
작품은 ‘노르웨이의 고질라’라는 뉴스 화면을 통해 고질라와 연관성을 지닌 캐릭터임을 보여준다. 고질라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두려움과 파괴다. 고질라는 원자폭탄과 방사능에 대한 일본의 공포를 상징한다. 파괴는 1951년 등장한 <고질라> 1편과 연관되어 있다.
이후 작품들에서 고질라는 영웅화가 이뤄지는데 이 1편에서 고질라는 파괴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고질라를 파괴하는 건 젊은 과학자 세이자와 다이스케다. 그는 물속에 있는 모든 생물체를 죽일 수 있는 오키시젠 디스트로이어라는 물질을 발명한다. 그의 연인은 이 발명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발명을 통해 먹이사슬의 정점에 섰지만 동시에 파괴를 반복했다. 자연이 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반면 인간은 이 고리를 파괴한다. <트롤의 습격>에는 이 두 가지 상징이 모두 담겨 있다. 최근 유럽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환경문제를 통해 이를 보여준다.
산을 폭파시키는 현장에 환경단체가 등장해 반대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통해 환경문제가 지닌 두려움과 환경의 파괴가 인간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환경문제를 통해 유럽의 고질라 역시 같은 주제의식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유럽영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의 문제도 가져와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성 올라프가 트롤의 왕국을 빼앗고 그들을 학살했다는 설정을 통해 중세 종교문제를 조명한다. 성 올라프는 노르웨이를 기독교화 한 인물로 역사적으로 폭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트롤의 멸종이 노르웨이의 기독교화로 인해 이뤄졌다는 설정을 통해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등 종교가 저지른 학살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아쉬운 점은 장르적인 매력을 자아내야 하는 트롤의 활약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조미료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대규모 재난상황과 휴머니티를 강조하는 양념이 약한 이 작품의 오락적인 측면에 아쉬움을 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