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모 기자] 성공과 실패에는 상대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어떤 국가에게는 월드컵에서의 1승이 국가적인 축제가 되지만, 어떤 국가에게는 8강 진출도 실패에 해당한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그 관심과 기대를 고려했을 때 실패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넷플릭스 최고 인기 시리즈를 문화 파급력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리메이크 한 만큼 높은 기준치가 요구되었지만 충족시키는데 실패했다. 원작과 같은 줄거리를 택하며 하이스트 무비의 쾌감을 떨어뜨렸고 가상의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그 상상력에 빈곤을 보였다.
촬영 중인 드라마라면 반응을 통한 피드백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미 촬영이 끝나고 공개만 앞둔 파트2는 넷플릭스가 화제작으로 내세우기도, 전편의 인기를 잇는다고 소개하기도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이번 작품 역시 파트1이 지닌 문제점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가장 큰 약점은 남북 관계라는 대한민국 만이 선보일 수 있는 무기를 올드하게 휘두른다는 점이다. 미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소재의 활용은 과거에 머무른다. 앞서 언급한 상상력의 빈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종이의 집’이라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줄 수 있는 재미가 한정되어 있다. 이 지점은 굉장한 아쉬움으로 작용한다. 강도단과 인질이 중심이 된 조폐국 내의 이야기는 제목 ‘종이의 집’이 상징하듯 자본주의의 맹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포인트로 더한 것이 교수와 베를린이 중심이 된 남북 관계 문제다. 이는 리메이크판이 지니는 고유한 무기이자 파트1과 파트2가 큰 골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엔진이었다. 녹이 슬지 않았다면 괴력을 선보였을 것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벨기에를 보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다. 피파랭킹 2위의 강호 벨기에는 소속팀에서 에이스들의 부진과 감독의 전술 문제, 황금세대를 이루었던 멤버들의 노쇠화로 조별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넷플릭스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인기 원작을 가져왔음에도 각색이란 전술이 부족했고 그 방향성도 올드하다. 몇몇 배우들은 캐릭터 표현에 있어 아쉬움을 보여주며 초호화 캐스팅의 힘을 살리지 못했다. 연출과 대사의 맛 역시 떨어지며 명장면과 명대사 형성에 실패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은 창작자에게 넓은 운동장을 허락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자유는 역설적으로 부족한 상상력도 무대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와 K-콘텐츠의 기분 좋은 동행에 정점을 시도했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기에 그 성과는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