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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어떻게 영화계에 정착했나

<싸인>, <유령>, <시그널> 등을 통해 대한민국 드라마계에 장르물을 정착시킨 김은희 작가는 웹툰 <신의 나라>를 집필한 이유에 대해 ‘도저히 공중파에서는 만들지 못할 거 같아서’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의 경우도 SBS에서 연달아 흥행작을 선보였음에도 불구, <태양의 후예> 당시 제작비 문제로 KBS, 다시 <미스터 션샤인> 때 제작비 문제로 tvN 행을 택해야 했다. 제작은 이름값과 비례하는 게 아니다.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상상은 현실이 된다.     

김은희 작가가 <신의 나라>를 드라마화 한 <킹덤>을 선보일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 덕분이었다. 김 작가는 넷플릭스에 대해 ‘작품에 간섭하지 않고 돈만 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창작자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은 제작환경에 밀려 실현시키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화면에 옮기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에 우수한 창작자들에게 비장의 무기를 꺼낼 기회를 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플랫폼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다.     

넷플릭스 <로마> 스틸컷 / 출처 : 넷플릭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 있다. 초기 선보였던 이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면서 넷플릭스는 HBO와 같은 드라마 명가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하게 됐다. 영화에 있어서도 넷플릭스는 기존 작품의 저작권을 사는 방식과 함께 자체적인 제작에 힘을 낸다. 초기 작품들의 경우 성과가 좋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비디오 영화 수준의 오락성을 갖춘 작품들이 등장했다.     

<퓨리>로 주목받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브라이트>나 일본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 <데스노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제럴드의 게임> 등은 넷플릭스란 플랫폼 내에서 볼 만한 작품에 머물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역시 특유의 상상력의 측면에서만 돋보이는 평가를 받았을 뿐, 그의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남았다. SF, 공포, 로맨스 등 장르물에 치중하며 스마트폰에 들어온 비디오 가게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     

극장 영화를 VOD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자체 오리지널의 퀄리티가 높지 않다면 넷플릭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초기 넷플릭스가 ‘미드의 천국’으로 불렸던 이유 중 하나는 오리지널 영화의 퀄리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제작에 있어 간섭을 최소화 한다는 기조를 잃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창작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원하는 이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확신이 존재했다.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영화에서도 가능성을 보인다.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두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키싱 부스>가 인기를 끌게 되고, <로마>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 중 하나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기록하며 영화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지니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넷플릭스의 믿음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 <더 프롬> 스틸컷 / 출처 : 넷플릭스

액션, 판타지, 뮤지컬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선택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디즈니를 비롯해 미국의 각 제작사가 자체 OTT를 시도하는 시대에 알맞은 선택이었다. 각 제작사가 자체 OTT를 시도하며 자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는 OTT의 경우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한계를 지닌다. 넷플릭스는 <로마>의 성공 이후 2019년부터 더 많은 국가에서 더 다양한 오리지널을 제작한다. 넷플릭스는 장르적인 쾌감을 위해 이에 맞는 감독을 택한다.     

<더 프롬>의 경우 감독이 라이언 머피라는 점에서 어떤 영화를 선보일지 예측이 가능하다. <글리>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화려한 뮤지컬을 선보이며 자신을 택한 이유를 입증했다. <펭귄 하이웨이>를 제작한 스튜디오 콜로리도와 작업한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감성 애니메이션의 측면을 충족시켰고, <6 언더그라운드>는 블록버스터의 제왕 마이클 베이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로마> 이후 시상식을 노리는 작품들을 등장시킨 점은 고무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킬링타임 영화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 영화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9년 <아이리시맨>(마틴 스콜세지),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벡), <두 교황>(페르난두 메이렐레스)에 이어, 2020년 <맹크>(데이빗 핀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런 소킨),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조지 C.울프) 등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면서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넷플릭스 <맹크> 스틸컷 / 출처: 넷플릭스

<로마>부터 <맹크>까지, 거장의 무기를 보다     

영화판의 소문난 거장이라 하더라도 제작사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쉽게 원하는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 투자는 작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야(그것이 흥행이 되었건 예술성이 되었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데이빗 핀처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맹크>를 제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본인의 돌아가신 아버지 잭 핀처가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은 흑백의 화면에 대중적인 흥미가 떨어지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결국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 대중적인 흥미가 떨어진다는 측면은 왜 이 영화가 제작되지 못했는지를 보여줬지만, 1930년대 할리우드의 모습을 흑백의 화면에 정교하게 재현해내며 색다른 체험을 선사했다. 거장들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영화들의 특징은 대중적으로 흥미로운 요소가 적다는 점이다. 이는 <로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유년시절을 바탕으로 멕시코 혁명의 소용돌이 속 한 가정부와 그녀가 일하는 가정의 끈끈한 유대와 연대를 담는다.     

앞서 <맹크>처럼 대중적이지 못한 흑백의 화면을 택했고, 이야기 역시 대중을 잡아끄는 요소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언급되었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이리시맨>을 통해 과거 갱스터 영화의 감성을 선보였다.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등 왕년의 스타들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젊은 시절로 되돌리는 독특한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넷플릭스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생각하기 힘든 선택이었을 것이다.     

<화이트 갓>으로 유명한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 역시 넷플릭스와 협업한 <그녀의 조각들>을 통해 독특한 감성을 선보였다. 오락성 위주의 법정영화도 아닌, 최근 유행하는 페미니즘 중심의 여성영화도 아닌 상실감과 함께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장르적으로 모호하지만 감정을 이끌어내는 시도를 했다. 이런 시도 하나하나는 넷플릭스 플랫폼이 거장들이 지닌 무기를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거장들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시도한다. 마틴 스콜세지는 갱스터를, 노아 바움벡은 가족 드라마를 택했다. 창작의 자유를 얻은 거장들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다. 그들의 이야기와 표현이 지닌 깊이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그 고유한 가치로 플랫폼이 지닌 힘을 보여준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 그리고 창작자들과 손을 잡을 넷플릭스의 시도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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