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두 가지 큰 변화가 찾아온다. 첫 번째는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더위에 숨었던 모기들이 나타난다는 점, 두 번째는 옆구리가 시리면서 나에게도 사랑이란 게 오긴 할까 하면서 외로움을 탄다는 점이다. 영화를 통해서라도 외로움을 달래라는 의미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영화 10편을 추천하고자 한다.
엠마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오만과 편견>과 함께 다수의 영상화를 이뤄낸 대표작이다. 중매에 재미를 붙인 영리한 아가씨 엠마가 정작 뒷전에 두었던 자신의 사랑과 마주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퀸스 갬빗>으로 인기를 끌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엠마 연기가 인상적이며 로맨킥 코미디의 달달함과 코믹함을 고전적인 색채로 담아낸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현대에 맞춰 재해석한 알리시아 실버스톤 주연의 <클루리스> 역시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키싱 부스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로 올해 3부작이 완결되었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다룬 이 작품은 리와 절친 사이인 엘이 ‘상대의 가족이나 친척과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우정규칙을 깨뜨리고 그의 형인 학교 킹카 노아와 키싱 부스에서 키스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세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흥미롭게 그려낸 건 물론 매 시리즈마다 색다른 매력을 추가하며 웰메이드로 남게 되었다.
극적인 하룻밤
연극계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각자 전 애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두 사람이 술 한 잔 기울이다 극적인 하룻밤을 보낸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딱 열 번만 더 만나기로 했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감정이 싹트는 걸 느끼지만 연애에 있어 을의 위치에 가까웠던 두 사람은 뚜렷한 결말을 내는 걸 두려워한다. 끝이 동시에 시작이 되는 연애라는 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낸 건 물론 부드러운 남자 윤계상과 매력적인 배우 한예리의 조합이 인상적인 영화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있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두 배우, 드류 베리모어와 휴 그랜트의 조합이 환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영화다. 왕년의 팝스타가 엉뚱발랄한 작사가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달콤하게 그려낸다. 젠틀한 휴 그랜트와 사랑스런 드류 베리모어는 로맨틱 코미디에 맞는 최적의 배우들임을 스스로 입증해낸다. 무엇보다 귀를 사로잡는 OST와 ‘MUSIC & LYRICS’라는 다소 밋밋한 원제를 흥미롭게 바꾼 제목이 인상적이다.
남자사용설명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한다. ‘오정세가 이렇게 멋진 배우였나’ 언제 남자를 만나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일에 지친 CF 조감독이 우연히 ‘남자사용설명서’를 손에 쥐면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한류 톱스타 이승재 역으로 등장한 오정세의 매력이 상당한 영화다. 지금은 그 매력이 알려진 배우나 당시에는 의외의 발견이었다. 다소 실험적인 표현에도 불구 귀여운 매력이 웃음을 자아내는 힘이 있는 영화다.
로맨틱 홀리데이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이 영화는 ‘홈 익스체인지’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로맨틱한 만남을 그려낸다. 미국 LA와 영국에 사는 두 여자는 각자의 상황에 지쳐 기분전환을 위해 홈 익스체인지를 신청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사랑을 시작한다. ‘여행의 끝에는 새로운 사랑과의 만남이 있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다.
달콤, 살벌한 연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는 유쾌한 영화만 있지 않다. 웃음은 독하고 으스스한 상황에서도 튀어나온다. 소심해서 나이가 들어도 사랑을 해본 적 없는 남자의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은 ‘왜 나한테 이런 운명의 장난이 오는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질 만큼 극단적인 상황을 그린다. 운명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정체를 통해 블랙코미디의 쓰디쓴 유머를 선보인다. 박용우와 최강희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묘한 궁합을 형성한다.
플립
소년 소녀의 가슴 뛰는 첫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이 영화는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인생영화로 종종 뽑히는 로맨틱 코미디다. 제작 후 7년 동안 어둠의 경로를 통해 관람한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더니 정식개봉에 성공했다. 이후 폭발적인 반응으로 2021년 4월 재개봉을 하기에 이른다. 첫사랑의 순수함과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서양보다는 동양적인 정서를 지닌 만큼 확실한 취향저격이 될 것이다.
노팅 힐
스타와 평범한 사람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로맨스를 가슴 뛰게 그려낸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치고는 다소 무게감 있는 전개가 오히려 플러스가 된 경우다.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은 스타와 스타와의 사랑이 두려운 남자의 심리를 잘 그려내며 판타지의 감성에 현실적인 느낌을 담아낸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캐스팅이 절반 이상을 해내며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살려낸 영화다. 동안에 소녀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임수정은 다소 과격한 유부녀 역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했으며, 이선균은 특유의 찌질함을 선보인다. 여기에 카사노바 역의 류승룡은 가히 신의 한 수라 평할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가족의 이면을 아찔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