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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소년 심판] 냉철함은 유지하면서 뜨거움은 간직할 것

심은석이 소년 판사가 된 이유는 그들을 혐오해서다. 만 14세 청소년의 범죄는 죄를 묻지 않고 교화, 교정해 사회로 내보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심은석은 가장 강력한 처분인 10호만 때린다고 해서 별명이 씹은석이다. 대체 이 사람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과거가 궁금해진다. 내내 심은석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만 바랐다. 드디어 9화에 이르러 5년 전 있었던 개인사를 알게 되는 순간, 많이 공감했고 연민의 마음이 커졌다. 소년을 혐오한다는 말 뒤에 숨은 행간을 살펴보게 하는 판사다.

“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혐오한다면 대체 어떤 이유가 동반되어야 할까. 1화에서 강력하고 단호한 어투로 말하는 심은석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촉법제를 우습게 보고 학습하는 소년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경우가 많다. 이렇다면 교화보다 엄격한 체벌이 낫지 않을까. 드라마는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시청자를 괴롭힌다. 대체 누구에게 죗값을 물어야 하나. 소년에게 처벌은 어떤 식으로 해주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진다.

냉철함은 유지하면서 뜨거움은 간직할 것

[소년심판]은’소년형사합의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 재판에 총 3명의 판사가 입각해 공정한 판결을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단독재판, 소년보호 사건이 원칙인 가정법원 소년부를 모델로하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부서다.

소년형사합의부에 부임한 엘리트 심은석(김혜수)을 중심으로 마음 따뜻한 좌배석 차태주(김무열)와 존경받는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 판결은 속도전이라 믿는 부장판사 나근희(이정은)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피소드별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녹여 섬뜩한 기시감을 안긴다. 캐릭터는 살아 있다 못해 활개 치며 뛰쳐나올 듯하다.

재발률을 근거로 갱생이 안 된다고 믿는 처벌 주의 판사 심은석과 미결 사건도 많은데 한 사건을 질질 끌 수 없다고 믿는 계산적인 나근희 판사. 그런데도 소년의 교화를 믿는 차태주와 강원중 판사가 대립하며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그동안 법조계와 관련된 로스쿨, 검사, 변호사 등은 다루었지만 소년부 판사라는 생소한 영역의 정보를 전달해 신선함도 최고다. 네 판사와 소년범을 연기한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방구석 1열에서 직관하는 재미가 있다.

하나의 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방조, 은폐한 사람, 사회, 국가도 책임이 있다. 따라서 완벽한 판사란 존재할 수 없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상처받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순번과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답답하고 울분이 터진다. 극 중 4명의 판사 누구에게도 딱 떨어지는 응원을 보낼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커지는 이유다.

잘 몰랐던 분야를 알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

심판사는 오늘 내가 내린 판결은 합당한가, 소년은 죄를 뉘우치나, 부당한 자는 누구인가. 신중하게 검토하며 사려 깊게 행동한다. 아이들을 위한 법이 왜 아이들을 짓밟고 가야 하는지 의문일 때면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신중히 처리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거꾸로 말하면 마을이 무심하면 아이가 제대로 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어떤 이유로 죄를 지었어도 뉘우치고 반성할 기회를 줄 사람, 최전선에 서 있는 게 소년 판사라고 자부하고 있다. ‘가정교육이 잘못된 거지..’, ‘부모가 잘 못 키운 거네’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한 사건을 여러 시각에서 조망하고 사각지대까지 꼼꼼히 찾으려 한다.

보는 내내 울분이 커지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솔직히 피해자의 심정에 이입해 힘들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천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등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실화를 바탕으로 해 충격적이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촉법소년, 집단 성폭행, 가정폭력, 입시비리, 한 부모 가정, 위탁시설 문제점 등을 다루며 미성년 범죄의 해결점을 함께 모색하길 바라고 있다.

[소년심판]은 엄청난 트래픽으로 몰리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공개 직후 다른 시리즈보다 상위권에 머물지 못했다. 하지만 소년범과 판사의 촘촘한 서사와 묵직함이 뒷심을 발휘했다. 어딜 가나 [소년심판] 이야기다. 현재 상위권을 몇 주째 유지하고 있고 동심원을 이루듯 파장은 커지고 있다.

소년범죄는 한낱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위험하다. 사회와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방조하면 안 되는 일이다. 즉, 그들을 범죄자로 내몰거나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 범죄 이후 소년범의 삶을 지속해서 관리해 줄 법이 바뀌어야 한다. 법이 변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르던 영화 <짚의 방패>는 손녀딸을 잃은 일본 재계의 거물이 연쇄살인마에게 현상금 100억을 걸면서 시작한다. 전 국민의 타깃이 된 연쇄살인마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자수한다. 하지만 그를 안전하게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띤 경찰은 직업적 의무 때문에 갈등한다.

과연 살인마라도 인권을 보호해야 할까, 나라면 현상금의 유혹에 벗어날 수 있을까? 법이 속 시원하게 범법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나와 내 가족이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의 복수, 응징은 정당한 방법일까? 수많은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디에서도 쉽게 답을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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