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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살인] 어쩌면 원작 팬들은 실망할 수 있는 변화

Scene from 20th Century Studios’ DEATH ON THE NILE, a mystery-thriller directed by Kenneth Branagh based on Agatha Christie’s 1937 novel. Photo by Rob Youngson. © 2020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영국 기사 서임자이자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출신의 케네스 브래너는 영국문화의 정체성을 지켜온 영화인이다. 배우와 감독 모두 높은 명성을 얻은 그는 <헨리 5세>를 시작으로 <햄릿>, <오델로> 등 셰익스피어 원작과 <프랑켄슈타인>, <해리 포터>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2017년, 케네스 브래너는 추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제작과 연출, 주연을 맡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이 작품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를 연기했다. 작품의 말미 후속편인 <나일 강의 죽음>에 대한 암시를 보였고 5년 만에 후속편이 나오게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케네스 브래너는 다시 에르큘 포와로 역과 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은 중심플롯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의자 캐릭터에 상당한 각색을 가한다. 이 점은 작품이 지닌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일 강의 죽음>은 사랑, 증오, 질투 등 감정에서 빚어지는 비극적인 살인을 담아낸 추리소설의 명작이다. 때문에 큰 틀에서의 플롯은 수정하지 않는다. 이집트로 휴가를 온 포와로에게 신혼부부인 사이먼과 리넷이 도움을 요청한다. 사이먼의 전 연인인 자클린이 이집트까지 두 사람을 따라오면서 해결책을 요구한 것. 이에 포와로는 사랑에 버림을 받으면 집착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조언한다.

허나 신혼여행을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사이먼은 거대한 유람선을 빌려 초대 손님들과 함께 나일강을 유랑한다. 허나 이곳까지 자클린이 찾아오며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리넷이 먼저 잠자리에 들은 밤, 사이먼은 자클린을 도발한다. 이에 화가 난 자클린은 충동적으로 사이먼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사이먼이 부상을 입고 자클린이 흥분한 이 소동극 다음 날, 승객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다. 리넷이 방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Ali Fazal as Andrew Katchadourian, Letitia Wright as Rosalie Otterbourne and Sophie Okonedo as Salome Otterbourne in 20th Century Studios’ DEATH ON THE NILE, a mystery-thriller directed by Kenneth Branagh based on Agatha Christie’s 1937 novel. Photo by Rob Youngson. © 2020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작품은 도입부에서 푸와로의 러브 스토리를 등장시키며 이 작품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사랑의 비극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이를 위해 중심 플롯을 이루는 리넷-사이먼-자클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캐릭터를 바꾸는 모험수를 둔다. 이 시도는 원작의 팬들에게는 다소 충격으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캐릭터의 성별이나 피부색이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이렇게 대거 바뀌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원작의 레이스 대령 대신 포와로의 조력자로는 전작에 이어 부크 캐릭터가 등장한다. 부크는 로잘리와 로맨스를 펼친다. 로잘리와 살로메의 캐릭터는 원작과 전혀 다르게 설정이 되었다. 살로메는 소설가에서 음악가가 된 건 물론 흑인으로 설정이 되며 인종차별 문제를 상징한다. 살로메의 매니저이자 조카인 로잘리는 흑인이란 이유로 부크와의 사랑에 어려움을 겪는다. 원작에는 없던 인종차별 문제가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 동성커플까지 당대의 시대상에서 금기시 되는 사랑의 형태 두 가지를 더한다. 이를 통해 비극적인 사랑이란 주제의식을 더욱 강화한다. 이 선택은 원작의 주제를 그대로 따르며 결말부에 강한 인상을 주었으나 전개의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전작에 대한 피드백이라 볼 수 있다. 현대의 관객들에게 흥미를 주기 부족한 과거의 캐릭터들과 레이스 대령의 스토리를 제외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핵심 주제에 더한 것이다.

Kenneth Branagh as Hercule Poirot in 20th Century Studios’ DEATH ON THE NILE. Photo courtesy of 20th Century Studios. © 2022 20th Century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다만 이런 선택에도 불구 다수의 용의자를 등장시키며 증언을 바탕으로 퍼즐을 맞춰 나가는 정통 추리극의 한계는 여전하다. 도입부부터 사건이 발생하고 추격극에 다수의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현대의 범죄물에 비해 리듬감이 떨어진다. 셜록 홈즈와 괴도 뤼팽을 비롯해 과거의 추리명작을 현대로 가져오며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다. 때문에 이 작품은 케네스 브래너의 단점도 안고 가겠다는 강한 뚝심이 돋보이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원작에 큰 틀의 각색을 가했다는 점에서 원작의 팬이라면 다소 실망할지 모른다. 원작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가 설정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각색이 독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원작에 큰 각색을 가하지 않은 1978년 영화가 초호화 캐스팅에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원 캐릭터들이 지닌 이야기의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시도라고 본다.

이런 시도에서 볼 수 있듯 오락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다수 보인다. 후반부 푸와로와 범인의 추격전이나 푸와로가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용의자들을 한 자리에 가둬놓고 추리를 시작하는 장면은 현대의 추리만화 느낌을 준다. 극적인 포인트를 잡으며 점잖고 건조한 영국 정통 추리극에 현대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지점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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