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t Viewed

Categories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사랑스럽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2021년, 넷플릭스는 변화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의 대표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였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하 <내사모남>와 <키싱 부스>가 둘 다 3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을 위한 기대작을 선보여야 하는 OTT 입장에서 시리즈물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빠르게 다음 시리즈를 선정했다. 이탈리아에서 큰 인기를 끈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작년 10월 이탈리아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며 시즌3까지 제작이 확정되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세계 주요 국가의 판권을 획득해 지난 8월 자체 OTT로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가 아닌 스크린 정식 개봉으로 공개된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내사모남>, <키싱 부스>와 비슷한 지점을 지니고 있어 왜 넷플릭스가 선택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든다.

<내사모남>과 <키싱 부스>는 학교 킹카인 남주인공과 평범한 여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룬다. 여기에 여주인공의 실수 또는 다소 과감한 행동으로 로맨스의 연결점이 생기며 이야기 자체는 우울하지만 밝은 분위기를 선보인다. <내사모남>에서는 짝사랑만 하던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동생이 보내면서 시작되고, <키싱 부스>에서는 졸업파티에 설치한 키싱 부스에서 우연한 기회에 두 주인공이 키스 타임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내사모남>의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이 여자친구와의 다툼 후 질투심 유발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키싱 부스>의 여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남주인공의 동생과 맺은 규칙(친구의 가족 또는 친척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때문에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을 겪는 다소 슬픈 이야기를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에너지로 풀어낸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역시 이런 설정을 지니고 있다. 마르타는 희귀병에 걸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멋진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던 그녀는 부모를 잃은 후 절친한 두 친구이자 보호자와 함께 살고 있다. 마르타가 킹카 아르투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어차피 얼마 살지 못할 인생 정말 멋진 남자한테 차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여기서 마르타는 스토커처럼 아르투로의 주변을 돌아다닌다.

배경만 학교에서 사회로 옮겨왔을 뿐 <내사모남>과 <키싱 부스>의 커플 설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앞서 두 작품이 하이틴 로맨스로 학교란 배경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작품은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화려한 전경을 선보인다. 그림 같은 집부터 궁궐에 트라게토를 타는 모습까지 이탈리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풍경을 모두 담아낸다. 시한부와의 사랑이란 점에서 다소 우울할 수 있는 분위기는 독특한 마르타의 캐릭터를 통해 밝은 분위기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 독특하면서 영화와 같은 사랑을 꿈꾸는 마르타의 캐릭터 때문에 이 영화를 이탈리아판 <아멜리에>라 부르는 게 아닌가 싶다. <아멜리에>는 독특한 캐릭터와 만화 같은 미장센에 마법 같은 시나리오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멜리에 역의 오드리 토투가 보여준 사랑스런 연기는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회자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이 영화는 사랑스럽지 않다.

알리체 필리피 감독은 마르타의 캐릭터에 과몰입한 듯한 전개를 선보인다. 시한부 인생인 마르타를 위해 스토킹을 해도 아르투로가 관심을 보이며, 아르투로가 창피를 주기 위해 초대한 식사자리에서 다소 저급한 언어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도 당당함으로 포장한다. 그 당당함에 아르투로가 반해서 매달리듯 사랑을 말하는 장면들도, 갑자기 사라진 마르타에게 반감 하나 없이 다시 사랑한다 말하는 장면도 오직 마르타만을 위한 지나친 판타지에 가깝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아멜리에>가 보는 사람도 즐거운 판타지라면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마르타만 즐거운 판타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다소 허술하고 급작스러운 감정표현도 사랑스런 캐릭터와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허술하다. 특히 아르투로의 경우 저녁식사 자리 이후부터 ‘넌 무조건 마르타를 사랑해야 해’라는 주문에라도 걸린 듯 무조건적으로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를 쉽게 만들고 싶은 감독의 판타지가 담겼나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마르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 그녀에게 깊게 감정을 이입하기 힘든 이유는 마르타의 주변 친구들에 있다. 아코포와 페데리카 캐릭터가 둘 다 동성애자에 아기를 가지려 한다는 독특한 캐릭터란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강하다 보니 마르타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1시간 반의 런닝타임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구성을 택하면서 서브 캐릭터와 플롯을 강하게 가져오면서 스스로 개성을 지워버리는 우를 범한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에 기대를 걸어볼만 한 점은 갈수록 심화되는 이야기를 선보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내사모남>과 <키싱 부스>는 각각의 한 편이 그 자체로 완결을 짓는 이야기를 택했다. 반면 이 작품은 속편을 기대할 만한 이야기 구성을 선보이며 다음 편에서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라는 점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Leave Your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