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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히치콕의 카메라와 슈반크의 미장센이 공포에서 만났을 때

‘경고’ 스틸컷 / (주)태양미디어그룹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던 <경고>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카메라와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미장센, 제임스 완의 아이디어를 지닌 영화라 할 수 있다. 주목받는 신예 다미안 맥카시 감독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한된 공간과 등장인물 속에서 신선한 게임을 연출해낸다. 마치 데뷔작 <쏘우>에서 제임스 완 감독이 그랬던 거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세 명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형성한다. 친구로부터 자신의 조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아이작, 아이작에게 자신의 조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 배럿, 그리고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배럿의 조카 올가다. 배럿은 거액과 함께 형 부부가 자살과 실종을 경험한 집에 조카가 있으려 하는 게 걱정된다는 이유로 아이작의 마음을 움직인다. 허나 거래에는 언제나 조건이 붙기 마련이다.

올가가 머문다는 집은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섬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신경쇠약으로 밤이 되면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올가로 인해 아이작은 사슬이 장착되어 이동에 제한을 받는 조끼를 입는다. 방에서 두 눈을 가린 채 기괴한 자세로 있는 올가와 단 둘이 남겨진 아이작은 악몽에 시달리던 중 눈을 뜬다. 그의 눈앞에 석궁을 들고 있는 올가가 나타나며 작품은 <쏘우> 못지않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위한 조건을 보여준다.

‘경고’ 스틸컷 / (주)태양미디어그룹

이 조건은 제목 ‘경고’와 연결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CAVEAT’(경고)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경고(warning)와 다르다. caveat는 특정한 절차를 따르라는 의미의 경고에 가깝다. 아이작은 배럿에 의해 특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허나 눈앞에서 석궁을 들고 있는 올가와 집안에 감춰진 미스터리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 경고를 무시하고 싶은 공포에 휩싸인다. 과연 조건을 지켜야 하는지 아니면 벗어나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암흑과도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이런 상황은 캐릭터 사이의 진실게임을 통해서도 발현된다. 일본영화 <라쇼몽>처럼 세 명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진실을 말하며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아이작은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 그는 배럿이 자신의 친구인지도 알 수 없다. 헌데 올가가 과거에 겪었던 사건에 자신이 연류 되었다는 이야기에 혼란을 겪는 건 물론 배럿과 올가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배럿은 몸이 아픈 조카를 신경 쓰는 거처럼 보이지만 아이작을 섬으로 보내고 사슬조끼를 입힌 이 기괴한 일의 설계자라는 점에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올가의 경우 마치 <판의 미로>의 ‘판’처럼 기괴한 자세를 한 건 물론 코에서 흘리는 피와 손에 쥔 석궁으로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니게 만든다. 이 진실게임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감독은 제한된 시점을 사용한다.

‘경고’ 스틸컷 / (주)태양미디어그룹

이 시점이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카메라다. 히치콕의 카메라는 타인을 훔쳐보는 관음증의 시점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이웃집 건물을 카메라로 훔쳐보다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창>이다.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시퀀스가 다수 등장하는 건 물론 올가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통해 문을 사이에 두고 타인을 바라보거나 훔쳐보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선보인다.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이 기법은 암전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손전등과 헤드라이트를 통해 어둠 속에서 특정한 부분을 조명하며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순간을 조명함과 동시에 인물의 입장에서 관음증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제임스 완의 아이디어와 히치콕의 카메라를 지닌 이 영화는 공포를 꽃피우기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미장센을 활용한다.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그는 초현실주의를 선호하는 기괴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도입부에서 올가가 한 손으로 두 귀를 잡은 흉측한 토끼 인형은 집안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드럼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가 하면 사슬이 박힌 다락방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외딴 섬에 지어진 집과 소녀의 등장은 텍스트로만 보면 동화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어두운 화면과 기괴한 미장센은 잔혹동화의 색감으로 관객들에게 심장을 부여잡으라는 ‘경고’를 날린다.

<경고>는 분위기와 설정을 통해 심리적인 서스펜스를 잡아끄는 힘이 뛰어난 영화다. 다만 그 힘을 후반부까지 이끌어나가는 전개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보인다. 스토리의 측면에서 후반부에 무기가 없다 보니 초반에 보여줬던 설정의 힘만으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허나 이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다미안 맥카시 감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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